지난 8월,
개발자를 위한 매거진, 리드잇zine 4호에 내 두번째 기고문이 실렸다.
'함께 일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를 보고 협업툴 회사에 일하는 개발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전문
나는 메신저와 업무관리가 더해진 협업툴 서비스 ‘플로우`를 개발하고 있다. 협업툴은 사람들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며, 한마디로 난 사람들에게 함께 일하기 좋은 문화와 원활한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연구하는 개발자이다.
이 컬럼을 쓰기까지 ‘이 글을 통해 어떤 느낌표를 던져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망설임이 있었으나, 반대로 나는 물음표를 던지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협업을 위한 도구를 만들며 매일매일 고민하는 사람이자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용자들의 협업방식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질문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음표가 던져졌을 때 각자 마음속 떠오르는 답변을 되짚어보며 나와 조직의 협업 스타일을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업무는 어디에 기록되고 있나요?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째려보며 개발에 매진하는 변함없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올해만 7명의 새로운 동료가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업무에 대해 공유해야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어떤 이유에서건 조직의 변화는 당연하게도 항상 불가피하다. 새로운 동료가 생기고, 함께하던 동료가 사라지고, 협업하는 업무의 목표도, 진행 방향성도 언제든지 바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생길 때마다 매번 같은 인수인계를 반복하고, 히스토리를 공유하고자 회의하고, 과거의 사례를 알기 위해 사내 경험자를 찾아가 물어보며 상대가 이해했는지 혹은 자료를 확인했는지 등을 반복하는 일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누군가의 시간 투자가 또 다른 사람의 시간 투자를 불러오는 것을 방지하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록이 필요하다.
나의 회사의 경우 업무와 별도의 공간에 팀내 정보 공유 프로젝트방을 활용한다. 본인이 업무를 진행하며 알게된 부분이나 팀원들이 알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경우 짧게나마 내용을 남긴다. 그렇게하면 누가 언제 읽었는지도 알 수 있고, 공감하는 경우 ‘좋아요' ‘감사해요' 등의 공감표시 또는 해당 내용에 궁금증이 있는 경우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새로운 팀원들이 들어왔을때도 초대만 하면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000프로젝트방 확인해 보세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시차를 두고 새롭게 함께하게 되는 동료 3명과 300명에게 각각 나의 업무를 알려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내 시간을 100배를 더 써야 할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회사 내에서 업무 공유방식을 어떻게 동기적 프로세스에서 비동기적 프로세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반복한 적 있지 않나요?
‘1차 개발 어디까지 진행되었어요?’ ‘이 기능은 디자인~배포 일정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 등 업무 진척과 계획에 대한 질문을 흔하게 받는 경우가 있다. 어떤 기업의 경우에는 그 대답의 근거를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업무 진척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는다던가, 반대로 내가 상대방에게 물어볼 일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진척도가 협업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하는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어있지 않거나, 내가 그 창구를 잘 활용하고 있지 않거나, 서로의 업무 진척 상황을 트래킹하여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없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회사의 경우 각각 세분화하여 등록된 업무에 진행상태, 담당자, 시작일, 마감일, 우선순위, 진척도 등을 협업툴을 통해 누구나 수정할 수 있다. 각각의 항목을 수정했을 땐 관련 구성원들에게 알림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수정했는지의 히스토리를 그대로 남긴다. 회사 내 모든 구성원의 업무 진행 상태를 직접 찾아가거나 회의를 열지 않아도 클릭 몇번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1분 내로 요약되지 않는 이야기는 몇 시간을 늘어놓아도 전달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 에반젤리스트 이토 요이치의 ‘1분 전달력’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장황한 회의나 보고서 없이도 핵심적인 내용이 공유될 수 있는 하나의 도구 혹은 한 번의 소통 기회만 있으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줄일 수 있다.
여러분은 동료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계신가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개발자는 디자인과 기획에 관심이 없고, 디자이너는 개발과 기획에 관심이 없는 밈을 보고 공감하는 많은 사람을 보았다. 나 또한 종종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팀원만 동료라고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구성원은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동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방법이 없는 게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그 이전에 제대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난 어쨋든 바빠. 대체 그 사람은 뭐하는데?’라는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만 갖추는 경우도 흔하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구구절절 공유한다고 한들 상대가 들으려는 마인드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찬가지로 협업에 아주 좋은 도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동료의 일정과 업무상황, 히스토리를 알기 위해 클릭 몇번을 시도하려는 마음조차 없다면, 다양한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해야 하는 ‘협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리는 없다. 이러한 마인드는 결국 다른 부서와 협력과 교류 없이 내부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일로 효과’를 불러온다. 사일로(silo)는 곡식이나 사료를 섞이지 않게 독립적으로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의미한다. 이런 사일로의 모습은 구성원이나 부서 사이 교류가 끊기고 홀로 우뚝 서 있는 원통 모양의 창고와 유사하다.
물론 성과주의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은 피해야 하지만, 진정한 협업을 원한다면 나는 과연 ‘함께'하는 업무를 마주함에 있어 흔쾌히 다른 동료의 업무를 이해하고 고려하며 정말 ‘함께’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야말로 협업의 시대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업무 소통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방법과 수단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떤 자세와 프로세스를 갖춰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어떤 협업 문화와 태도가 조직의 업무효율을 상승시켰고 낮췄었는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협업에 임하는 모두가 그 기회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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